Sing It Like A Hit
Artwork

앨범 소개 원문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의 ‘물음들’: Quri [Sing It Like A Hit]
밴드 모스크바서핑클럽의 키보디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Quri가 처음 발표했던 앨범 제목을 뚜렷이 기억한다. [유일한 무기를 찾아서]. 감각 있는 편집숍에 엽서나 스티커로 진열되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말랑한 앨범 커버와 적어도 겉으로는 순하게 흩날리는 음악과는 사뭇 다른 강렬한 구호의 조화로운 부조화가 쉬이 잊히지 않았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없던 걸 내놓으려는 창작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품어 봤을 문장이었다. ‘무기’라는 단어에 드리운 그림자를 거두고 나면 내가 가진,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투명한 욕망이 활짝 드러나 보였다. 요컨대 Quri는 창작자를 이루는 필요충분조건인 ‘나만의 것’을 쫓는 것에 있어서만은 타고난 데가 있는 사람이었다.
앨범 [Sing It Like A Hit]는 그런 Quri의 타고남에 재능 하나를 더한다. 그건 Quri가 어떤 일에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앨범 제목부터가 그렇다. ‘Sing It Like A Hit’, 즉 ‘히트곡처럼 불러 버려’라는 말은 얼핏 앨범을 채우고 있는 음악과는 그리 어울려 보이지 않는 권유다. 친숙한 보사노바 리듬, 속삭이는 인디트로니카 사운드, 어디선가 분명 만난 적이 있는 팝 감성까지 흔히 말하는 ‘자신만의 색깔로 다채롭게 구성한 인디 팝 앨범’에 가까운 작품을 눈앞에 내려놓고 Quri는 묻는다. ‘이건 왜 케이팝처럼 히트할 수 없어?’ 실제로 케이팝이라는 키워드는 이번 앨범을 만들며 Quri가 가장 심도 있게 탐구한 개념이기도 하다. 케이팝이란 뭘까, 대중적 성공이란 뭘까, 음악으로 스타가 된다는 건 뭘까, 그리고 그 모든 걸 내 안에 흐르고 있는 타고난 것들로 두드려 마침내 열리게 할 수는 없을까.
오로지 ‘나만의 것’을 끌어안은 채 대중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Quri의 바람은 첫 곡 ‘음악을 할 거야’부터 선명하게 드러난다. 살랑이는 보사노바 리듬과 가벼운 플루트 선율을 타고 흐르는 메시지는 세상의 취향에 살짝 귀를 기울인, 그러나 나만의 무기를 가지고 나만의 음악을 하겠다는 여전한 선언이다. ‘너무 많이 알고 싶지 않다’라고, ‘값싼 노동을 할 거’라고, ‘신성하지도 않은 음악을 할 거’라고 산들거리는 Quri의 목소리는 그 솔직함만큼이나 밤마다 그의 작업실에서 태어나는 것들에 대한 오랜 열망을 투영한다. 이어지는 타이틀 곡 ‘다크 초콜릿’은 앨범 후반에 자리한 ‘나를 숨겨줘’와 함께 그의 그런 질문이 아주 근거 없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2000년대 이후 발표된, ‘인디 가요’라고도 불리는 좋은 곡들의 감각을 느긋하게 이어받는 노래는 가사에서 멜로디까지 듣는 이의 귀와 마음을 팝의 미덕으로 편안하게 이끈다.
그렇게 잘 다듬은 부분만 돋보였다면, [Sing It Like A Hit]는 어쩌면 듣는 이의 고막을 쉽게 스쳐 지나가는 그런 종류의 앨범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앨범에 색깔을 더하는 건, 싱어송라이터 Quri가 본격적으로 녹아든 곡들이다. 예를 들어 ‘매미못’이나 ‘그런 마음’ 같은 노래 말이다. ‘매미못’과 이어지는 ‘천사 없이’는 은 제주 출신 Quri를 빼닮은 곡이다.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연못이자 Quri의 작업실 이름이기도 한 매미못은 온통 소란스러운 도시 생활 속 Quri가 비로소 가장 Quri다울 수 있는 치유의 장소다. ‘그런 마음’은 ‘여성’이라는 범주에 온전히 포섭되지 않는다는 감각을 전면에 드러낸다. 여자이지만 ‘완전한 여자’는 아니라는 어딘가 붕 뜬 듯한 감각. 별스러울 것 없다고 생각해도 절대 쉬울 수 없는 고백이 신시사이저와 피아노, 첼로 등이 만드는 소박한 연주와 발맞춰 자연스레 흐른다.
‘왜’라는 질문이 이쯤에서 다시 떠오른다. [Sing It Like A Hit] 안에서, Quri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걸 한 번도 멈추지 않는다. ‘너는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니?’란 말은 Quri가 평소 가장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이 음악이 되었든, 이야기가 되었든, 대답을 구하든, 그저 공허한 외침으로 공중에 녹아 사라지든. 중요한 건 ‘왜’라는 질문을 용기 내 할 수 있는 지금이라는 시간, 여기라는 장소다. 나는 왜 나만의 음악을 하고 싶은지, 그런 나는 왜 나여야만 하는지. 쏟아지는 존재론적 질문 사이로 Quri의 음악이 한없이 여유롭게 흐른다. 그 흐름 속 거듭되는 물음 앞에 Quri가 사랑해 온 못, 한희정, 조월, 김사월, 사비나 앤 드론즈 등의 이름이 가만히 선다. 질문하는 사람, Quri가 깎고 빚어내 만든 ‘물음들’이 ‘눈도 쌓이지 않는 구멍 난 지붕’(‘홀’)위에 그래도 내리는 눈처럼 소복이 쌓인다. 앞으로 몇 곡의 노래와 몇 장의 앨범이 그의 앞에 놓일까. 그 멀고 긴 걸음의 첫걸음 같은 앨범, [Sing It Like A Hit]이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CREDITS]
작사: Quri(1-11), Chaeseon Kim(2, 3, 7)
작곡, 프로듀싱, 편곡: Quri(1-9)
연주:
Quri: 보컬(1-11), 코러스(1, 2, 3, 6, 8), 업라이트 피아노(4, 5, 9, 10, 11), 일렉트릭 피아노(3, 6, 7), 신디사이저(2, 3, 4, 6, 10), 드럼(2, 3), 프로그래밍(1-11)
최인우: 드럼(6, 8, 10), 퍼커션(8)
한돌: 베이스(1), 코러스(6)
동녘: 어쿠스틱 기타(1), 코러스(6)
가원: 드럼(1)
이기현: 플룻(1)
Melis Elgin: 첼로(7)
정기훈: 우쿨렐레(8)
손서정: 코러스(6)
호나: 코러스(6)
녹음: Quri(1-11 @매미못), 정기훈(드럼(1,6,8,10), 퍼커션(8), 우쿨렐레(8) @지구상스튜디오)
믹스, 마스터링: 은결(1-11)
Lyrics by Quri (1-11), Chaeseon Kim (2, 3, 7)
Composed, Produced, Arranged by Quri (1-11)
Performed by
Quri (Vocal (1-11), Chorus (1, 2, 3, 6, 8), Upright Piano (4, 5, 9, 10, 11), Electric Piano (3, 6, 7), Synthesizer (2, 3, 4, 6, 10), Drums (2, 3), Programming (1-11))
CHOI INWOO (Drums (6, 8, 10), Percussion (8))
Handol (Bass (1), Chorus (6))
Dongnyeok (Acoustic Guitar (1), Chorus (6))
Gawon (Drums (1))
Lee Kihyun (Flute (1))
Melis Elgin (Cello (7))
Jeong Gihoon (Ukulele(8))
Son Seojung (Chorus (6))
Hona (Chorus (6))
Recorded by Quri (1-11 @miwamimot), Jeong Gihoon (Drums (1,6,8,10), Percussion (8), Ukulele(8) @OnTheEarth STUDIO)
Mixed, Mastered by Eunkyeol (1-11)
디자인: 최효원
사진: 양지원
메이크업: 김미소
헤어: 김은지
스타일링: 조혜수
Designed by Choi Hyowon
Photo by Yang Jiwon
Make-up by MISO KIM
Hair by EUNJI KIM
Styled by Johyesu
A&R: Chaeseon Kim
비디오: 엄소정
악기 대여: 명진우
음원/음반 유통: 더 볼트
패키지 제작: 엠테크
A&R by Chaeseon Kim
Video by Um Sojeong
Electric Bass provided by Myeong Jinwoo
Digital/Album Music Distribution by THE VAULT
Manufactured by M-Tech
Tracklist
- 01 음악을 할 거야
- 02 다크 초콜릿
- 03 build…
- 04 매미못
- 05 천사 없이
- 06 우리는 물음들
- 07 그런 마음
- 08 무중력 산책
- 09 홀
- 10 나를 숨겨줘
- 11 음악을 할 거야(Piano ver.)
Credits
- Liner note author
- 김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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